[책] 동물농장 - 조지 오웰
24/12/02~03
완독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노릇 한다더니..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아도 누구나 제목과 대략적인 줄거리정도는 알고 있을 법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드디어 제대로 읽어봤다. '사람을 쫓아내고 농장의 동물들끼리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를 만들고자 하지만 사람대신 돼지가 왕노릇 하는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알고 있었는데 직접 읽으니까.. 진짜 너무 괴로웠음.
큰 줄거리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동일하고,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러시아혁명 이후 스탈린 사회주의체제가 타락하는 과정을 우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르크스를 가리키는 메이저영감, 혁명가 트로츠키를 상징하는 스노볼,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스탈린을 상징하는 나폴레옹.
나폴레옹과 스노볼을 포함한 농장의 동물들은 러시아 왕가를 상징하는 존스일가를 몰아내며 혁명에 성공한다. 매너농장은 7계명을 내세우며 모든 동물이 평등한 동물농장으로 새롭게 출발하지만 곧 사람의 언어를 먼저 배우고 지도와 감독을 도맡아 한다는 핑계로 돼지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도층으로 부상한다. 돼지들은 차근차근 작은 것부터 동물들을 가스라이팅하는데, 처음엔 우유와 사과를 돼지들이 독점하는 것은 돼지들이 건강해야 농장 관리가 잘 되어 존스(적)를 잘 막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이후엔 식량배급이나 모두에게 금지되었던 술을 마시는 것도, 인간들이 지내는 집 안에서 침대와 담요를 사용하는 것도 모두 돼지들에게만 허용되게 만들고 그럴싸한 핑계와 거짓말로 다른 동물들을 속이고 세뇌시킨다. 이 과정에서 동물들의 삶은 존스 밑에서 생활하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을 하고 훨씬 더 적은 보상만 받으며 살게 된다.
러시아 혁명과 1대 1로 치환하여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특정 계층과 인물의 독재하에 고통받는 민중들로 대치해서 읽히다 보니 북한 쪽의 이야기로도 보이고, 또 그냥 사회에 만연한 엘리트주의 사상과도 겹쳐 보여서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화가 끓어오름. 정말.. 돼지들이 너무너무 정말 열받는다.
대충 줄거리로만 알고 있는 것보다 확실히 직접 전문을 읽어보는 게 이 분노를 더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 같음.
+) 내가 동물농장을 읽은 날 비상계엄령이 터졌다구요?... 대체 뭔데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