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박지리

25/01/24~26
완독
죄는 세습되는가? 인간의 원죄란 무엇인가.
태어나면서부터 선대가 지은 죄를 후대가 물려받아 짊어진다면 이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본인의 정의를 위해 무고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죄가 아닌가? 제목처럼 인간의 '악의 기원'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이야기의 서술자인 루미 캐릭터 그 자체였다. 1 지구에 거주 중인 상류층이라는 자부심과 교만함을 지녔지만 본인 기준에 맞지 않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와 4 지구 출신 어머니로 인해 비롯된 열등감을 가졌는데 그로 인한 결핍을 포장하려는 허영으로 가득 찬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가 싫은 이유가 내 안의 여혐인가?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아들맘 갬성인가? 계속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들어서 더.. 싫었음. 근데 루미보다 루미의 이상향이자 원본(?)인 제이가 더 싫었던걸 보면 그냥 그 캐릭터 자체가 내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던 걸로..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9 지구에서 12월의 폭동에 참여했던 후디에서 상위지구 가정으로 입양된 할아버지 러너 영으로부터 시작된다. 러너가 9 지구 후디 출신인걸 들키는 게 무서워서 그의 아들인 니스 영이 죄를 지었고, 니스 영의 죄를 덮기 위해 또 그의 아들인 다윈 영까지 죄를 짓게 되니까 이 책 제목인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할아버지인 러너 영의 출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9 지구 출신인 그가 입양으로 1 지구 사람이 되어 살았다는 게 죄일까? 러너는 주동자들에게 이용당한 본인의 처지를 깨닫고 본인을 사랑으로 받아 준 양부모님 밑에서 열심히 살아오며 자식을 잘 키운, 말 그대로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그가 개과천선(?)하고 열심히 살았다고 12월 폭동에 참여해서 상위지구 사람들을 해친 죄까지 사라졌다고 봐야 하나?.. 이 지점이 굉장히 딜레마다.
마지막에 모든 사실을 알고 성장한 다윈이 그 손에 피를 묻힌다면... 난 개인적으로 루미였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레오는 괜히 루미 부탁 들어줬다가 하나뿐인 친구 손에 죽게 된 게 너무.. 아 루미는 진짜 모두에게 민폐구나 싶어서 끝의 끝까지 싫었음.
독서 다시 시작한 이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긴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라 마지막까지 다 읽었을 때 아주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