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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킬 스위치 - 박영

limli 2024. 12. 28. 21:58

 

 

24/12/28

완독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프리퀄 이야기 같았음. 자유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이 인류의 위협으로 변할 '특이점'을 돌파하게 되는 시점을 다뤘는데 뭔가 인공지능이 생각하는 지구 회복은 인류정리라는 사상이 타노스를 떠오르게 함.

 

민소희는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유명 배우였지만 인공지능 개발 박사와 결혼한 후 은퇴했다. 자신에겐 아무 관심도 없고 일에만 몰두하는 남편과 이제 연기판에서 민소희라는 이름 자체가 잊힌 현실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

 

난 민소희 캐릭터가 불쌍함과 동시에 정말 답답했는데, 스스로 찾아서 해 볼 생각은 안 하고 영화 몇 편 망했으니 도피성으로 결혼하고, 결혼했으니 은퇴하고.. 여기까진 그래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했는데 은퇴는 해놓고 미련 남아서 질척거리며 본인 스스로를 갉아먹는 게 정말 별로였다. 연기가 다시 하고 싶으면 최대한 예전 인맥들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기회를 찾아볼 생각을 해야지 그냥 자기가 사는 미국에 방문한 옛 동료배우가 먼저 나에게 연락 주지 않을까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는다. 해줘충 정말 싫다.

 

남편이 차고에서 비밀스럽게 만들던 작업물의 정체가 인류를 망가뜨릴 인공지능임을 문자메시지 속 '그'를 통해 알게 되는데 소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그'가 예전에 잠시 스쳐간 남편의 제자라고 생각하며 그를 도와 인공지능을 없애려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일을 끝내고 난 후 사실 문자메시지를 보낸 건 인공지능이었고, 인류에 위협이 될 인공지능의 킬스위치를 발동하려던 남편을 없애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는 걸 알게 된다. 남편 살인죄와 인류를 멸망시킬 인공지능을 스스로 풀어줬다는 약점을 잡힌 민소희는 인공지능의 조력자로 살기를 선택한다.

 

이 단편 속 세계는.. 이 이후 분명 큰 혼란과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던, 인류를 말살하건 어떤 형태로든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은 없을게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이 이후의 이야기가 조금 궁금해졌음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