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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집에 왜 왔어? - 정해연

limli 2025. 2. 27. 10:54

 


25/02/25~27
완독

 

일단 짧고, 내용도 쉽고 재미도 있음. 근데 막.. 술술 막힘없이 읽기는 힘들었다. 서술자들이 너무 하나같이 재수가 없어서.. 항상 그랬지만 반전요소, 결말 등등 스포 다 있음.

 

미스터리/스릴러 분류로 알고 읽었는데 첫 수록작의 앞부분 분위기가 너무 상큼 달달 로맨스 도입부 같아서 키워드 사기 아닌가?.. 의심할 뻔했지만.. 키워드와 정확히 부합하는 내용이었다.

 

처음 쎄함을 감지한 지점은 산책하러 나갔다가 예쁜 여자를 발견하자마자 굳이 여성의 외모에 대해 품평하는 지점이었는데, 반바지 아래로 길게 뻗은 곧고 긴 다리가 마음을 설레게 해...라는 부분.. 솔직히 이 직전까진 서술자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이 문장을 보자마자 기분 더러워졌음. 진짜 이런 생활 속 역겨움. 참기 힘들다.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를 매개로 여자와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급발진해서 모임에 쫓아가서 남친행세하고 꽃다발..ㅋㅋㅋ 사람 곤란하게 만든 건 생각도 안 하고선 잘해주는 걸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하고 생각하는 지점이 너무 현실적으로 재수 없었고. 자기 혼자 착각하고 급발진해놓고 여자가 거절한다고 스토킹 하고 집에 불 지르고 살해하고.. 어디서 많이 본 내용 같지 않음? 멀리 갈 것도 없다. 뉴스만 봐도 맨날 볼 수 있는 패턴, 스토리... 그래서 이게 소설로 읽히는 게 아니라 그냥 현실적으로 너무 매번 보이는 패턴이고 그 와중에 일방적인 피해자임에도 니가 여지를 줬겠지..ㅉㅉ 하는 주변의 시선까지 걍 너무 불쾌했음. 그 지점을 꼬집는? 작품의도겠지만 이게 읽는 나로서는 픽션이 픽션이 아니고 그냥 너무 현실적이라 괴로웠다. 

 

두 번째 수록작은 평소와 같은 무난한 퇴근길에서 원치 않게 마약상과 얽히는 바람에 딸을 납치당한 아버지의 이야기였는데.. 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가 서술하는 게 왜 재수 없게 읽혔냐고 물어본다면 이 작품에 나오는 비중 없는 근육질남성 1 때문이라고 답하겠음.

 

처음 아무 일도 없을 때부터 주인공은 지하철에 타 있는 근육질 남성을 엄청 편견 넘치는 시선으로 관찰함. 에어컨이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창문을 열고 있는 그에게 불만을 가지지만 몸집에 쫄아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하는 주제에 초면부터 악의 가득하게 폄하하는 평가를 계속 서술함. 그리고 이야기 진행 중 마약중독자가 본인을 죽이려고 할 때, 지하철에 타고 있던 그 근육질 남자에게 살려달라고 부탁해서 결국 그 남자가 본인 대신 이유도 없이 죽는걸 눈앞에서 목격했음에도 마지막까지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음. 나는 이게 너무 불편함.. 분량도 비중도 없는 지나가는 조연캐릭터인데 그냥 그 취급이 너무 불쌍했다. 유일하게 착한 일 하고 제일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그냥 마지막까지 언급도 없어서 진짜 좀 그랬음.. 

 

마지막 수록작은 책 미리 보기에서 제일 기대되었던 작품인데.. 이게 제일 재수 없었음 진짜ㅋㅋ 전형적인 나르시시즘 엄마인 주인공, 엄마의 모든 기대와 사랑을 받으며 지 혼자 잘난 큰 딸, 그 밑에서 끝없이 비교당하고 후려침 당하고도 엄마의 사랑과 인정을 바라는 작은 딸, 그리고 총각인척 바람피우고 애까지 밖에서 낳아놓고 걸리니까 모르쇠 하는 애비. 잘못한 건 지남편인데 쫓아가서 피해자만 잡도리해서 결국 자살하게 만든 주인공까지. 작은딸만 너무 불쌍했다.

 

읽는내내 기분 나쁘고 찜찜해져서 썩 즐겁게 읽진 못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