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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래눈이 내리다 - 김보영

limli 2025. 8. 11. 20:41

 


25/08/05~06
완독

 

예전에 먼저 읽었던 '귀신숲이 내리다'랑 비슷한 느낌의 제목이라 귀신숲도 수록되어 있으려나? 하고 구매했다. 개인적으로 김보영 작가님 책은 세계관이 재미있어서 맘에 듦

 

고래눈이 내리다는 심해에 사는 초롱아귀의 시점의 이야기다. 지금 보니까 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초롱아귀였네?! 오호.... 제목 속 고래눈은 고래사체가 부패 분해되면서 마치 눈처럼 심해로 내리는 모습을 심해에서 사는 생물들이 표현하는 말인데, 특정 구역에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모든 지역의 심해에 고래눈이 내리는 모습으로 지상 동물(아마도 인간)의 멸종을 표현해 내는 게 신선했다.

 

껍데기뿐이라도 좋으니에서 관심 없는 부분은 새롭게 로딩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설정 때문에 바로 앞에 수록된 너럭바위를 바라보다와 이어지는 이야긴 줄 알았다. 사망한 직후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내 마지막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에 잠시 머물 수 있고 그곳에서 나보다 먼저 죽은 그리운 사람을 껍데기일지라도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누구를 만날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됨. 아직 나보다 먼저 죽은 그리운 사람이 없어서 오래 생각해보진 않았다.

 

느슨하게 동일한 그대도 진짜 세계관이 특이했음. 순간이동?이라 해야 하나 공간이동 기술을 다룬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매번 '나'의 데이터를 모두 읽어내서 완전히 분해한 후 새로운 세포로 조합하여 재탄생하는 설정은 처음 봤음. 그래서 종교적 의미로는 전송할 때마다 죽는 것이기 때문에 전송 행위를 터부시 하는 수녀가 매번 본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가족을 위해 전송을 거듭하는 현수와 함께 일하며 자신의 죽음보다 타인의 삶을 위해 본인의 믿음에 반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는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음. 평행선처럼 절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처럼 굴던 둘이 서로로 인해 가치관이 변하고 결국 서로를 살리는 선택을 하는 게 진짜 맘에 들었다. 이 책에서 이 단편이 제일 맘에 들어서 되게 정리된 문장으로 나의 감상을 남기고 싶은데 내 머리가 나빠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됨ㅜㅜ

 

까마귀가 날아들다는 요즘 핫한 케이팝데몬헌터스가 살짝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까마귀와 저승사자라는 소재 때문일까..  죽을 생각이 전혀 없지만, 죽음을 각오한 여자의 마지막 하루를 까마귀 감재와 함께 추리하고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봄으로 가는 문도 정말 좋았는데, 마무리 부분이 진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사실 살면서 누구나 내가 이 세상에 맞지 않고 이방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되는데..(아닌가? 나만 그런 거면 머쓱) 실제로 내가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이방인이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온 시절을 모두 등지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처음 읽을 땐 나라면 당연히 돌아간다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낯섦이 내가 원한 것이고, 이 삐걱거림이 내 갈망이었으니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지막 단락을 읽고 나선 그렇게 간단하게 돌아가겠다고 하면 안 되는 건가... 깊게 생각하게 되었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