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8/12~14
완독
앤솔러지는 작가명을 어디까지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리디셀렉트에 표시된 저자명 따라서 써 봄. 기대하고 읽었는데 기대만큼 막 우왕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까진 아니었고.. 근데 또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꽤 재미있게 읽은 편이기도 하고.. 작가노트가 제일 마지막페이지에 몰아서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단편 다음에 바로 붙어있어서 작품을 읽고 바로 해당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김초엽 작가님의 비구름을 따라서는 멀티버스 세계관을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재미있게 읽었음. 평행세계를 가르는 반투막을 통과하는 사소한 무언가와 그 이야기를 설명하는 보드게임이라는 소재도 재미있었지만 결국 이 이야기는 보민이 이연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천선란 작가님의 우리를 아십니까는 불치병에 걸려 안락사를 기다리며 마취에 빠져 코마상태로 좀비가 된 '나'와 그런 나를 지키다 좀비가 되어버린 '아내' 그리고 바다에 돌아가고 싶은 거북이 장풍(장수풍뎅이)의 이야기다. 좀비 세계관에서 좀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도 꽤 신선했고 어째서인지 거북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그 부탁들 들어주기 위해 좀비가 된 몸으로, 좀비가 된 아내와 거북이를 데리고 바다로 향하는 과정이 메인이지만 결국 '나'와 '아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직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기억에 남았다.
위 2개의 작품을 읽고 조심스럽게 든 생각은.. 어째서 한국소설 속 커플은 9할이 레즈커플인가에 대한 의문점.. 내가 읽은 작품만 우연히 그런 건지 아님 나만 모르는 소설계의 유행인 건지, 진짜 나만 모르는 GL할당제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또다시 의심함
김혜윤 작가님의 오름의 말들에서 좋았던 점은 외계인이 인간형이 아닌 암석에 가까워 보이는 달팽이 같은 형태라는 설정이었다. 인류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그저 평화롭게 존재하고 싶어 하는 외계 생명체 '오름'들이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와 사람들의 사정으로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고 실험체가 되기도 하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외계 생명체라는 설정이지만 결국 비가시화되고 타자화 되어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청예 작가님의 아모 에르고 숨은 사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복제인간 소재지만 읽는 내내 화자인 오필리아가 진짜 짜증 났고 너무 이기적이고 좀 비약이지만 전형적인 나르시시즘에 동물학대, 아동학대하는 인물처럼 보여서 그냥 이 작품만 스킵해 버릴까... 몇 번이고 고민했는데 마지막 반전(?)을 보고 대충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고 뒤통수를 꽝! 맞은 느낌이었다. (물론 반전요소를 감안하고 다시 읽어도 얘 인성은 진짜 개판이라고 생각함)
조서월 작가님의 I'm Not a Robot은 너무 쓸쓸했는데.. 혼자 사막에 고립된 프랭크의 유일한 소통 대상인 로봇 랜슬롯이 사실 프랭크를 고립되게 만든 고속도로 해체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라는 사실이.. 마지막까지 프랭크가 그걸 몰라서 다행이면서도 쓸쓸했다. (결국 프랭크가 마지막까지 그나마 감정적 교류를 나누던 유일한 대상이 랜슬롯이었으니까..) 도시로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해체된 후 프랭크가 자신의 소설을 다른 사람(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은 인터넷이 유일하지만 사실 이조차도 로봇이 아님을 인증하라는 캡챠 시스템에 막혀 무용지물이다. 프랭크가 캡챠의 인증과정을 넘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키오스크나 앱 본인 인증 같은 새로운 시스템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님의 모습도 떠오른다.. 마지막에 프랭크가 결국 본인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소설을 불태운 후 결국 노환과 고독사로 죽은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마지막 희망마저 버리고 사실상 자살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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